놀이방/테일즈위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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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10. 30. 08:08



조금 긴 글이 될거 같은데.


며칠 전 방문했던 테일즈위버의 팬사이트에서 느꼈던 점을 하나 써볼까.. 한다.




자주 가는건 아니고..


가입이 안되어 있어서 게시글을 전부 열람할 수는 없지만 '정보게시판' 과 '아이템정보' 는 누구나 볼 수 있게 열어둬서 나도 가끔 새로운 아이템을 구경하거나 유저들의 유용한 노하우를 전수 받고자 가끔 둘러보는 정도였다.



그러다 얼마전 정보게시판에 '테일즈위버 도우미 ' 라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글에는 각종 알림메시지 띄우기, 옵션조절, 자동 카드뽑기 등등의 편의를 제공하는 글쓴이의 자작개발 프로그램이 첨부되어 있었고 올라온지 얼마 안되어 순식간에 조회수가 2000을 넘어갔으며 댓글 또한 단숨에 60개를 넘어가는 인기 게시글이 되어 있었다. 특히 프로그램의 기능 중 가장 인기가 있던 것은 '카드 자동뽑기' 기능이었는데, 실제 게임 내에서 골드카드를 뽑기 위해서는 여러번의 마우스 클릭이 필요하지만 이것이 있으면 그럴 필요가 없다고 소개되어 있었다. 


그러나 글쓴이가 선의를 가지고 만들든 악의를 가지고 만들든, 중요한 것은 그 도우미 프로그램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스피드핵이나 자동사냥 매크로 프로그램과 같이 '편의를 제공하지만 본사에서 허락하지 않은 비인가 프로그램' 인 것에 근본적인 차이가 없다는 점에 있었기에 솔직히 그 게시글의 댓글 중 두 세 명 쯤은 이런 프로그램이 게시글로 올라온 것에 대해 부정적이거나 유감의 견해를 보일 줄 알았다.  왜냐하면 그들은 지금까지 자동사냥 매크로 프로그램이나 스피드핵 유저에게 예민하게 반응해왔고 원색적인 비난도 서슴지 않았던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 예상과는 다르게 댓글에는 '우와 대박' '글쓴분 능력자.' 라는 등의 극찬만이 있었을 뿐, 누구 하나도 이런 비인가 프로그램이 올라온 것에 대해 반박하거나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



참 재미 있는게, 현재 암석고원이나 정령의 숲에서 돌아가는 비인가 자동사냥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거침없는 욕설과 비난을 퍼부으면서 정작 이 프로그램이 불법 프로그램이라는 발언을 하니 '카드 자동뽑기' 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안주니 상관없다 라는 식의 태도로 일관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




저 말 그대로 받으면 유저들이 잘 안가는 필드 (ex. 엘라리움 던전, 마법의 늪, 크리스마스 던전 등) 나, 시오칸 하임 보스방, 정령의 신전 보스방 등지에서 자동사냥, 스피드핵을 마음껏 돌려도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는 않으니 상관없다 라고 주장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자동사냥은 나쁘고 자동뽑기는 나쁘지 않다?



이 얼마나 모순되는 모습인지.




예전 자동사냥 매크로 프로그램을 돌리던 유저에게 들었던 말이 문득 생각났다.




"모두가 매크로 자동사냥을 욕하고 비난하고 있지만 누군가 자신에게 그런 편의성 프로그램을 제공해준다면 입 싹 닫고 돌릴 사람들이 90%이다.  매크로가 시장경제를 파괴한다는 등의 주장을 하면서 필요 이상으로 맹비난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그런 편의를 누리지 못하는 것에 대한 열등감 표출일 뿐이고,  제공만 된다면 곧바로 사용할 사람들이 태반이다. 물론 그런것 줘도 안쓰고 진짜로 정직하게 하는 유저도 있겠지만 그런 사람은 전체유저의 5%도 안된다. "

- 일반 유저에서 매크로로 전향한 어느 유저의 이야기 에서 발췌 -



처음에는 저 말이 그저 자동사냥 유저의 단순한 자기 합리화에 지나지 않는다고 여겨 왔지만, 이번에 올라온 그 게시물에 대한 사이트 회원들의 반응을 보니 저 발언이 아예 근거없는 말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불법 프로그램, 비인가 프로그램을 그렇게 매도하고, 또한 그런 프로그램을 쓰는 유저의 색출을 완벽하게 못하는 GM을 비난하면서도 정작 그것이 제공되니 우루루 몰려와서 잘 쓰겠다고 받아가기만 할 뿐, 단 하나의 비판이 없다는 사실에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 그렇다고 해서 그동안 유저들이 불법 프로그램에 대해 비난해 왔던 이유가 단순히 '내가 누릴 수 없기 때문에.' 였다고 일축하고 싶지는 않다.  다른 이유가 있었을것이고 그것이 내가 자동사냥 유저를 보고 버그리포트에 신고하면서 느꼈던 것과 같다고 믿고 싶다.



지금은 해당 게시물이 '비인가 프로그램 공유' 관련으로 삭제되고 글쓴이는 활동 중지가 되었지만 사이트 관리자의 너무 늦은 대처는 방관이고 비인가 불법 프로그램이 팬사이트에서 아무런 여과없이 배포되는 것에 일조하게 된 셈이다.  이미 사이트 회원내에서는 쉬쉬하면서도 퍼질대로 퍼져 있을테고 게시물이 사라지자마자 바로 글쓴이의 블로그 주소를 묻는 글이 올라오거나 삭제되기 전에 못받아서 아쉬워하는 뉘앙스의 글을 보면 한숨이 나온다.



이 일을 계기로 그 팬사이트에 다시 들르는 일은 없을 것 같다.


그리고 정말 비인가 프로그램 사용자가 없는 깨끗한 게임을 바란다면 유저들도 변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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